방명록


애먼 글에다 상관도 없는 덧글 싸지 말고 여기다가 하고 싶은 말 해라.

짤방은 적절한 까와 빠의 악순환 구도.

by 박인로 | 2009/12/31 23:59 | 트랙백 | 덧글(27)

존스턴 매컬리의 [검은별(The Black Star)](판타스틱) 번역 출간


http://www.alad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6253235

책 소개: 판타스틱에서 존스턴 매컬리의 탐정소설 《검은별》이 단행본으로 출간된다. 존스턴 매컬리는 20세기 미국의 대중 작가로, 책은 물론 영화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많은 인기를 누렸던 “조로” 시리즈의 작가로 유명하다. 검은별 또한 조로에 비견되는 캐릭터로 연작을 거듭하며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한국에서는 80년대에 “MBC 모여라 꿈동산”에 어린이 인형극으로 소개된 바 있으며, 당시 인기를 끌었던 검은별의 주제가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귀에 익숙하다. 국내에서는 1957년 추리소설가 김내성의 번역으로 소개된 이후 처음으로 완역 출간되는 것이다. 판타스틱은 《검은별》의 후속편으로 《돌아온 검은별》(가제)도 곧 출간할 예정이다.

“검은별” 시리즈는 1916년 미국의 탐정소설 전문 잡지인 《디텍티브 스토리 매거진 Detective Story Magazine》에 단편이 실린 것을 시작으로 10년이 넘도록 중/단편이 게재되며 꾸준한 인기를 얻었다. 곧 단행본으로도 출간되어 영국의 셜록 홈즈, 프랑스의 뤼팽 시리즈의 뒤를 잇는 미국의 대중적인 탐정소설로 자리를 잡았다.

검은별은 항상 검은 망토에 검은 가면, 검은 후드를 쓰고 그의 조직원들과 함께 난공불락의 장소에서 보석과 돈을 훔치는 도둑이다. 언제나 그의 범죄 현장에는 작은 검은 별들이 붙어 있다. 아무도, 심지어는 그의 조직원들조차도 그의 정체를 모른다. 검은별은 도시의 경찰들을 조롱하며 다음 범죄를 예고하는 편지를 보내기까지 한다. 천재적인 도둑 검은별을 잡으러 버벡이란 젊은 백만장자가 나선다. 그는 충실한 하인 머그스와 함께 검은별에 대항하여 치밀한 두뇌 싸움을 시작한다.

홈즈나 뤼팽 시리즈가 출간된 지 한 세기가 넘었어도 여전히 사랑받고 읽히는 것처럼, 매컬리의 《검은별》도 많은 이들의 머릿속에 남아 있으며 요즘 추리소설에 뒤처지지 않는 생생한 긴장감과 색다른 재미를 전달한다. 현대의 도시적이고 잔인한 범죄소설에 지쳐 클래식한 정통 탐정소설에 목말라 하는 이들에게는 재미와 정취를 함께 느낄 수 있는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검은별은 다른 추리소설의 범죄자들과는 다르게 살인이나 폭력이 없는 일명 “신사적인 범죄”를 저지른다. 그는 다른 악랄한 범죄자들처럼 사람을 죽이지도 않고 여자들을 흉기로 위협하지도 않는다. 필요할 때는 가스총을 이용하여 잠시 의식을 잃게 할 뿐이며, 단지 치밀하고 재빠른 두뇌를 무기로 경찰과 버벡을 조롱할 뿐이다. 소설 《검은별》은 살인이나 폭력으로 벌어지는 커다란 사건 없이도 충분히 긴박감을 자아낸다. 주인공들의 날카로운 판단과 치밀한 계획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숨 가쁘기 때문이다. 오히려 범인과 펼치는 예측할 수 없는 두뇌 추격전이 다른 범죄소설과는 달리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검은별은 돈을 벌기 위해서라기보다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물건을 훔친다. 그가 노리는 곳들은 대형 은행이나 유명한 보석상 등 보안이 철저해 난공불락이라고 여겨지는 곳들뿐이다. 이런 불가능해 보이는 일에 도전해 보란 듯이 성공시키고 자신의 영리함을 과시하는 것이 그의 주목적이다. 절대 살인은 저지르지 않으며, 폭력을 혐오하고, 불가능에 가까운 범죄를 매번 성공시킨다는 점에서 프랑스 작가 모리스 르블랑의 괴도 뤼팽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이 소설의 가장 중심이 되는 부분은 도둑 검은별과 검은별을 잡는 버벡과의 대결 구도이다. 누구보다 뛰어난 두뇌를 자랑하는 두 사람의 자신만만한 대결은 선과 악을 떠나 그 자체로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다. 검은별은 끊임없이 버벡을 골탕 먹일 기막힌 계획을 짜고 버벡은 대담하고 치밀한 작전으로 그에 맞선다. 검은별은 다른 추리소설에 등장하는 여느 범죄자들과는 달리 쉽게 잡히기도 하지만, 어느새 감쪽같이 도망치기도 한다. 잡혔다가도 사라지는 검은별의 재간은 독자들을 끝까지 안심할 수 없게 만들며, 검은별에게 악한의 감정을 느끼기보다는 이번에는 그가 어떤 기막힌 방법으로 탈출을 할지 기대하게 한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악당 검은별의 입장에서 소설을 읽게 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검은별과 버벡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은 20여 년 전 검은별과 버벡의 모험을 지켜보며 함께 노래를 흥얼거리던 이들에게는 다시금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검은별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놀라울 만치 치밀한 검은별과 버벡의 두뇌 대결로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줄거리: 신출귀몰한 솜씨로 도시의 유명한 보석과 재산을 훔쳐, 온 도시를 불안에 떨게 하는 검은별. 사건이 터질 때마다 범죄 현장에서는 작은 검은 별들이 발견되고, 경찰은 실마리조차 잡지 못한다. 하지만 젊은 백만장자 버벡은 한 연회에서 검은별을 잡을 수 있다고 큰소리친다. 이를 들은 검은별이 버벡에게 도전장을 내밀고 그들의 치열한 두뇌 싸움과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시작된다.

버벡은 그의 집에 침입한 검은별의 조직원을 붙잡고, 그가 도망치는 사이 뒤를 밟아 검은별의 요새를 발견한다. 버벡과 그의 하인 머그스는 검은별과 조직원들을 소탕할 작전을 세우지만 생각처럼 쉽게 풀리지 않는다. 검은별은 온갖 정보를 알고 있고 언제나 만반의 준비를 해 놓으며, 결정적인 순간에 바람같이 사라진다. 경찰과 버벡에게 조롱 섞인 편지를 남겨 다음에 벌일 범죄를 예고하는 대담한 행동까지 한다. 버벡과 경찰들은 검은별을 다 잡았다가도 번번이 놓치고 결국 시민들의 웃음거리가 되기에 이른다.

이윽고 검은별은 버벡에게 편지를 보내 버벡과 머그스를 납치해 범죄 현장에 데려가 웃음거리로 만들겠다고 선언한다. 검은별의 계획은 착착 진행되고, 이번에도 그의 범죄는 성공할 것만 같은데……. 과연 검은별과 버벡의 추격전은 끝을 맺을 수 있을까? 과연 정의가 승리할 것인가?


저자: 존스턴 매컬리 (Johnston Mcculley) - 1883년 미국 일리노이 주 오타와에서 태어났다. 신문 편집 기자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후 특파원과 타블로이드 신문의 경찰서 담당 기자로 활동했다. 곧 작가로 전직하여, 첫 소설 <잃어버린 희망의 땅 The Land of Lost Hope>을 잡지 「블루북 Blue Book」에 1907년부터 연재하기 시작해 1908년에 출간했다. 1차 세계대전 기간 중에는 육군 장교로 복무하다가 1919년 8월 9일부터 9월 6일까지, 오락 잡지 「올 스토리 위클리 All Story Weekly」에 〈카피스트라노의 저주 The Curse of Capistrano〉란 제목의 5부작 시리즈로 조로 이야기를 처음 연재했다. 조로 시리즈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이듬해 소설이 영화화되면서 양장본으로 출간되었다.

조로 시리즈의 성공으로 매컬리는 베스트셀러 작가로 우뚝 섰고, 극작가, 영화 시나리오 작가, 방송 작가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했다. 소설가로 활동하면서 범죄 스릴러물에서부터 서부극에 이르기까지 넓은 범주의 소설을 발표했는데, 많은 글들을 여러 필명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조로처럼 검은 가면을 쓴 캐릭터가 주인공인 <검은별>역시 10년이 넘게 꾸준히 잡지에 게재되며 독자들의 인기를 얻은 작품이다. 한국에서는 80년대에 방송 인형극으로 인기를 끌기도 했다. 매컬리가 지은 책으로 <쾌걸 조로>, <피의 광대 The Crimson Clown>, <복수의 쌍둥이 The Avenging Twins>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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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스틱의 두 번째 단행본. 책 소개를 읽으니 어째 뤼팽과 홈즈가 짬뽕된 냄새가 나기도 하지만 재미있을 것 같긴 하다. 게다가조로라는 좃간지 캐릭터를 창조해낸 작가의 작품이니까 기대해봐도 좋겠지. 김내성의 [마인]이 얼마나 팔렸는지는 모르겠는데, 이번 작품이 많이 팔려서 판타스틱이 힘을 냈으면 좋겠다.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이 많긴 하지만, 그래도 계간 [판타스틱]이 망하는 꼴은 싫으니까.


덧붙임: 두둥~《검은별》출간 임박!

by 박인로 | 2009/07/20 20:06 | 해외 장르문학 | 트랙백 | 덧글(3)

이타카와 김이환 작가의 [집으로 돌아가는 길]


비록 지금 저의 꼬락서니는 이벤트가 벌어졌다길래 생색 내는 것마냥 글을 올립니다만, 실은 이타카의 이름 석자가 들릴 적부터 먼 곳에서 조용히 마음 속으로 응원하고 있었습니다. 한국 장르 시장이 망해가네, 어쩌네 하는 소리가 들리는 와중에도 이런 신선하고 도전적인 시도를 하는 이타카에게 진심으로 힘을 실어주고 싶습니다. 물론, 덮어놓고 핥는 건 절대로 힘을 실어주는 짓이라고 할 수 없겠죠. 잘한 일이 있으면 잘한다 잘한다 내 새끼 모드로 감싸주고, 못한 일이 있으면 이 새끼 저 새끼 모드로 까주는 짓을 기탄없이 해드릴게요. 강한 놈이 오래가는 게 아니라 오래 가는 놈이 강한 겁니다. 화려하고 임팩트 있게 등장할 작정으로 한 번에 모든 물량을 때려박고는 헉헉 거리다가 비틀비틀 쓰러지는 추태는 보이기보단 좀 담백하고 조용하고 느리더라도 꾸준하게 터벅터벅 걸어가며 서서히 힘을 키워가는 출판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켜볼게요.

너무 이타카 칭찬만 한 것 같은데, 김이환 작가는 워낙 출중하니까 굳이 저 같은 놈이 힘을 안 실어드려도 잘 하시리라 믿습니다. 사실 뭐 따로 말을 더할 게 없어요. 알 사람은 다들 알거든요. 게다가 판갤에서 조금이라도 몸을 굴렸던 사람은 어딜 가든 성공한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판갤에서 연재했던 [양말 줍는 소년]을 보십쇼. 대번에 황금가지에서 컨택 넣어서 떡! 하니 출판했지 않습니까. 분명 이번 작품도 맛깔나게 술술술 뽑아내리라 믿습니다.

그러니 머그컵을 타먹으려는 더러운 수작이라 생각지 않으셨으면 좋겠네요 ^^;;


덧붙임: 백만년 만에 업데이트라길래 이 새끼 대체 뭐하다가 이제야 돌아온 거야 이 썅놈의 새끼, 하면서 글을 클릭해봤더니 뭐야 이 새끼 머그컵 타먹으려고 글 싼 거야? 이거 완전 인간 말종이네, 라고 하실 분들께 고합니다. 비록 지금은 완전히 방치된 폐허 블로그지만, 완전히 버리지는 않았습니다. 잠시 저만의 휴식 기간을 가지고 있었던 거라고 생각해주십쇼. 그리고 이 이벤트 참가는 뭐랄까, 저에게 또 다른 원동력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러니 조금만,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면 예전 그 모습은 생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누추하고 초라한 몰골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by 박인로 | 2009/06/08 16:23 | 국내 장르문학 | 트랙백 | 덧글(4)

필립 K. 딕의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황금가지) 번역 출간

http://www.alad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0172715

책 소개: SF의 대표적인 문학상인 휴고 상 수상작가이자 할리우드가 가장 사랑한 작가 필립 K. 딕의 대표작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가 황금가지에서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안드로이드가 인간을 대신하고, 살아있는 애완동물을 키운다는 게 신분의 척도가 되는 가까운 미래, 인간 사이에 몰래 숨어 인간 행세를 하는 안드로이드와 그 뒤를 쫓는 사냥꾼의 숨막히는 추격전을 다루고 있다. 디스토피아적 미래상을 다룬 작품으로는 가장 널리 알려졌으며, 1982년 「에일리언」의 리들리 스콧 감독이 대작 영화 「블레이드 러너」로 만들어 전 세계에 알려졌다. 이후 필립 K. 딕의 소설은 「토탈 리콜」, 「마이너리티 리포트」, 「임포스터」, 「페이책」, 「넥스트」 등 수많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로 재창조되며 전 세계 20여 개 나라에서 번역 출간되는 등 높은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정작 필립 K. 딕 본인은 평생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1982년 영화 시사회가 열리기 전에 심장마비로 사망하고 말았다. 현재 그의 이름을 딴 '필립 K. 딕 상'이 세계적인 SF 문학상으로 손꼽히고 있다.

작품 속에서 인류는 핵전쟁의 후유증으로 암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때문에 감정 조절기라는 기계에 의지하여 기분을 억지로 변화시키고, 매일 떨어지는 방사능 낙진을 피해 화성으로 도망치듯 이주한다. 방사능 낙진에 오염된 인류는 '특수자'로 분류되어 아예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하며, 대다수의 동물들이 멸종하였기 때문에 남에게 보여지듯 옥상에 애완동물을 과시하는 게 인간으로서 가치를 입증하는 증거가 되어 있다. 살아 있는 애완동물을 구매하기 위해 아파트 청약처럼 계약금을 걸고 매달 월급으로 채워넣는가 하면, 매일매일 시세가 변하는 애완동물의 카달로그는 일종의 재테크로 각광받는 걸로 설정되어 있다. 또한 인류는 현실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머서'라는 종교적 기계에 의존하여 마음의 평안을 찾는 등 모든 것을 완전히 기계에 의존하고 있다. 작품에서 기계에 몸을 맡기고 머서의 환각을 즐기는 이들은 마치 텔레비전에 빠져 사는 현대인을 닮아 있어 출간 40년이 지나도 여전히 충격적인 미래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줄거리: 세계 전쟁 이후, 지구는 오염 낙진으로 생명체가 살아남기 힘든 행성이 된다. 대다수의 인간들이 이민 행성으로 떠난 후, 마지막까지 지구에 남는 걸 고집한 이들은 하루하루 방사능 피해를 두려워하며 살아간다. 대부분의 동물은 멸종되었기 때문에, 살아 있는 동물을 키우는 것이 인간으로서의 대우를 받는 세상. 때문에 경찰서 소속 안드로이드 사냥꾼인 릭은 가짜로 만들어진 전기 양 대신 진짜 양을 사고 싶어한다. 어느 날 그의 선배이자 잘 나가는 사냥꾼 데이브가 안드로이드에 의해 중상을 입게 되고, 릭은 이 기회에 데이브의 일거리를 모두 처리해, 보상금으로 진짜 양을 살 계획을 세운다.


저자 소개: 필립 K. 딕 (Philip Kindred Dick) - 1928~1982. 미국의 유명한 SF 작가. 시카고에서 태어났으나 캘리포니아에서 살았다. 버클리 대학에서 잠시 공부하기도 했다. 1953년 발표한 첫 장편소설 「태양계 추첨」을 포함하여 36편의 과학소설과 112개의 단편을 발표한, 가장 많은 작품을 써낸 SF 작가 중 하나로 초현실적 분위기에 풍부한 상상력으로 유명하다. 허나 죽을 때까지 생활고에 시달려 텔레비전 수리공, 음반 판매상 등으로 일해야 했다.

대표작 중 하나인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 Do Androids Dream of Electric Sheep? (1968)」는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We Can Remember It for You, Wholesale」은 영화 '토탈리콜'의 원작이 되었다. 「The Three Stigmata of Palmer Eldritch (1965)」, 「Ubik (1969)」, 「A Scanner Darkly (1977)」 등의 작품이 있으며 「높은 성의 사나이」로 1963년 휴고상을 받았다. 1982년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그를 기리는 의미에서 이름을 따온 필립 K. 딕 상은 권위 있는 SF 상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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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 쩌네여 ㅈㅅㅈㅅ 여튼 PKD의 걸작 소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Do Androids Dream of Electric Sheep?)]가 (드디어!) 황금가지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환상문학전집 열한 번째 작품. 환상문학전집이 왜 판타지가 아니라 SF를 출간하냐는 딴지는 걸지 말자. 그냥 판타지 + SF + 고딕 호러를 출간하는 전집이라고 생각하면 편함. 이미 번역 원고는 예전부터 완성되어서 출간 만을 기다리고 있다는 게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었는데 이제서야 출간이 되니 이것 참 늦게라도 내주어서 감사하다는 말을 해야할지, 왜 이렇게 늑장을 부렸냐고 따져야 할지 감이 안 잡힌다. 하지만 따져봐야 떡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요즘 같은 불경기에 내준 것만으로도 감사하지. 게다가 앞으로 출간 예정인 작품도 산더미라고 알고 있는데. 근데 이렇게 오랜 시간에 걸쳐 출간했음에도 작품에 오자나 오류가 있다는 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주석 표기를 해놓고 정작 주석은 안 달아놨다거나 하는 종류의 오류. 단순한 실수로 보기엔 기다린 시간이 너무 긴 게 아닌가 싶네.

굳이 이 걸작 자체에 대해 이런저런 설명을 하는 건 우리 장르문학 씹덕들을 무시하는 처사인 것 같아서 생략하기로 하고, 번역 제목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출간되기 전부터 제목이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 vs. [안드로이드는 전기 양의 꿈을 꾸는가?] 둘 중 하나로 나올 거라는 것은 기정 사실이었는데, 난 전적으로 후자를 지지했다. 그런데 자꾸 황금가지에서 전자로 출간할 것처럼 떡밥을 던지더니, 결국 최종 결과물에서는 걱정했던 대로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가 되었다. 아니, I HAVE A DREAM도 아니고 꿈꾸긴 뭘 꿈꾼다는 거야. 물론 줄거리를 보면 "…때문에 경찰서 소속 안드로이드 사냥꾼인 릭은 가짜로 만들어진 전기 양 대신 진짜 양을 사고 싶어한다. 어느 날 그의 선배이자 잘 나가는 사냥꾼 데이브가 안드로이드에 의해 중상을 입게 되고, 릭은 이 기회에 데이브의 일거리를 모두 처리해, 보상금으로 진짜 양을 살 계획을 세운다." 라는 언급이 나오지만, 릭이 안드로이드가 아닌 바에야(영화에선 데커드가 레플리카인지의 여부가 논란이 되지만) 저런 제목은 그리 적합하지 않아보인다. 설사 릭이 만약 안드로이드라도 전기양을 꿈꾸고 원하는 게 과연 작품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저 번역 제목이 적합하려면 인간들이 진짜 양을 바라듯 안드로이드들은 전기 양을 바랄 것인가, 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의미가 되어야 하는데, 글쎄올시다. 후자가 담고 있는 '안드로이드는 꿈을 꿀까? 만약 꿈을 꾼다면 인간이 잠이 오지 않을 때 양을 떠올리듯, 안드로이드는 전기(로봇) 양을 떠올릴까?'가 훨씬 저자의 의도에 근접한 의미가 아닐런지. 미국 본토에 사는 자칭 일반인 양반 Forum Troll에게 물어봐도 후자가 더 적당한 번역 제목이라고 하고.

그나저나 출간일이 2008년 12월이라뇨? 어디서 약을 팔고 계세요? 2009년 전까지는 부스러기 구경도 못 했지 말입니다.


덧붙임: PKD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면, 아래 글을 읽어보길.
"너무 많이 안 사나이 - <마이너리티 리포트> 원작자 필립 K. 딕"

by 박인로 | 2009/01/19 22:01 | 해외 장르문학 | 트랙백 | 덧글(3)

아사노 아츠코의 [NO.6 : 무한 도시](까멜레옹) 번역 출간

http://www.aladdin.co.kr/shop/wproduct.aspx?ISBN=8949192063

http://www.aladdin.co.kr/shop/wproduct.aspx?ISBN=8949192071

http://www.aladdin.co.kr/shop/wproduct.aspx?ISBN=894919208X

책 소개: 일본의 대표적인 청소년 소설 작가 아사노 아츠코의 장편 소설 시리즈 『NO.6』 1, 2, 3권이 까멜레옹에서 출간되었다. 저자인 아사노 아츠코는 대표작 「배터리」시리즈로 일본에서만 천만 부라는 경이로운 판매를 기록하고 각종 문학상을 휩쓸며 독자들로 하여금 신작 발표가 가장 기대되는 작가로 매번 꼽힐 만큼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아동 문학의 벽을 허물고 어른과 공유할 수 있는 문학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아사노 아츠코의 신작 『NO.6』는 2017년 근미래를 배경으로 모든 것이 완벽하게 통제되는 도시 NO.6를 둘러싼 16세 소년 시온과 생쥐의 모험을 그린 SF소설이다.

2013년 폭풍우 치던 밤, 피라미드 식 계급이 존재하는 미래 도시 NO.6의 상층부에 속하는 고급 주택가 크로노스에 사는 엘리트 소년 시온과 NO.6의 온갖 쓰레기가 모이는 서쪽 구역에서 범죄자 신분으로 사는 생쥐의 운명적인 만남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사 년의 세월을 지나 두 소년은 순식간에 온몸이 경직되어 늙어 죽어 버린 한 남자의 해괴한 살인 사건에 연류되면서 다시 재회한다. 생쥐를 숨겨둔 대가로 하층민의 신분으로 살게 된 시온은 생쥐와 함께 NO.6의 검은 실체를 파헤쳐 간다.

이야기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도시 NO.6는 배고픔과 탄식, 전쟁도 없고 죽는 그 순간까지도 고통을 느껴볼 수 없는 신세계다. 과학 기술로 모든 게 통제되며 절대 권력 기구가 시민을 지배하는 그리 멀지 않는 미래에 우리 곁에 존재할지 모를 미래 도시이기도 하다. 절망하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는 이 세계에 대항하는 두 소년의 모험을 통해 무엇이 진정한 인간다움인지, 인간답게 살아가는 것은 어떤 것인지 보여 준다.

작가는 자칫하면 허황될 수 있는 근미래 도시를 세밀한 묘사와 물 흐르듯 매끄럽고 속도감 있는 문체로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냈다. 이 작품은 중국어, 타이어 등으로 번역 출간되었으며, 대만에서는 만화판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기도 했다.『NO.6』는 총 8권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인류 앞에 곧 실현될지도 모를 미래 도시 NO.6. 모든 기계적인 요소가 응집되어 있는 유비쿼터스 도시 NO.6는 그 세계에 속하지 않는 이들에게 편협한 욕심으로 가득 찬 조잡스러운 장난감 도시로 묘사된다. 하지만 정작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이곳이야말로 이 시대의 마지막 유토피아 그 자체다. 도시 정경은 공장에서 막 찍어낸 조형물과 같이 질서 정연한 모양을 하고, 계절에 따라 변하는 나뭇잎의 빛깔마저도 일정하다. 모든 것이 당국의 중심부에 있는 치밀하고 계산적인 독재자 페넥의 지시 하에 기계적으로 움직인다. 언론도 통제되고 모든 학교에서는 천편일률적으로 엘리트로 뽑힌 아이들에게 과학 기술 교육만을 주입한다. 아이들의 창의성을 키우는 교육을 하는 교사는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게 된다. 엘리트 코스를 밟는 학생일지라도 문학이나 고전을 접해 본 적이 없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서툴다. 이것은 NO.6가 인간의 사고를 둔화시키는 것은 물론 언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는 단면을 간접적으로 나타낸다. 사회가 기술적으로 완벽해지고 이상향에 가까워질수록 시민들의 생각은 획일적으로 변해가고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감시되고 통제된다는 것은 상당히 아이러니한 설정이다. 작가는 이러한 비판 의식을 통해 절망과 고통을 겪어낼 때만이 희망과 기쁨이 빛난다는 인간 세상의 가장 기본적인 진리를 이 작품을 통해 담아내고 있다.

시온은 신원이 불분명한 생쥐를 구해준 대가로 삶의 터전을 잃고 급기야 살인 미수 혐의자로 붙잡혀 몇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긴다. 그때마다 잡초처럼 다시 일어나는 삶에 대한 집착은 기생벌의 습격에도 끄떡없다. 생쥐 또한 총상을 입고 냄새나는 시궁창을 넘나들며 위험천만한 위기를 겪으면서도 꿋꿋하게 삶에 대한 강한 의지로 살아남았다. 함께 있음에도 서로 동상이몽을 하는 전혀 어울릴 수 없는 두 소년이지만, 삶에 대한 애착과 연민으로 서로를 감싸 안는다. 살아남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우면서도 가치가 있는지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두 사람은 스스로에게 큰 자극이 되고 큰 희망이 되기 때문이다. 이 두 소년의 모습은 많은 것을 가졌음에도 너무도 쉽게 삶을 포기하려는 이 시대의 사람들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인 동시에 삶과의 치열한 싸움에서 살아남을 때 깨닫게 되는 삶의 진정한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일어나는 전쟁과 살육으로 고통 받고 있거나, 증오와 탄식으로 그만 삶을 포기하려는 이들에게 그럼에도 살아남는 것만이 진정한 승자이라고 말하는 희망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줄거리:
1권

모든 게 완벽하게 제어되는 도시 NO.6. NO.6 속에서 화초처럼 자란 초엘리트 소년 시온과 쓰레기 더미 서쪽 구역에서 살아가는 소년 생쥐. 2013년 9월 7일, 신성 도시 NO.6에 강렬한 태풍이 직격한 그날 밤. 총상을 입은 생쥐가 시온 앞에 나타난다. 그로부터 사 년이 지난 어느 날, 시온의 눈앞에서 멀쩡한 남자가 갑자기 온몸이 경직되고 늙어서 죽은 해괴한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현장에 들이닥친 치안국 조사원들은 그 자리에서 시온을 사건 용의자로 긴급 체포하는데……. NO.6 내부에서 일어나는 조용하고도 은밀한 음모가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려고 한다.

2권
억울한 누명을 쓰고 연행되던 시온은 생쥐에게 가까스로 구출되어 서쪽 구역으로 도망친다. 탈출에 성공한 시온은 NO.6의 음모로 온몸에 벌건 뱀이 지나가는듯한 흔적이 남고, NO.6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살인과 절도, 강간이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는 서쪽 구역이 힘겹기만 하다. 한편 생쥐는 시온이 서쪽 구역에 적응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 도우려 하지만, 시온과의 생각의 차이를 여전히 좁힐 수가 없는데…….생전 처음 보는 참혹한 현실 속에서 과연 시온은 견뎌낼 수 있을까?

3권
NO.6에 다녀온 생쥐의 로봇이 시온의 어머니 가란으로부터 가지고 온 전갈, ‘사후가 치안국에 연행되었다.’ 그 단 한마디였다. 이 메모를 보게 되면 시온이 죽음이 도사리는 NO.6 안으로 들어가게 될까 노심초사하는 생쥐는 시온을 잃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메모를 숨긴다. 한편 우연히 시장 안에서 사후의 코트를 발견한 시온은 멈출 수 없는 불안감에 사로잡히게 되는데……. 더 이상 생쥐를 위험 속으로 몰아세울 수 없는 시온과 시온을 잃을 수 없는 생쥐의 선택은?


저자 소개:
아사노 아쓰코 (あさの あつこ) - 일본 오카야마 현에서 태어났다. 대표작인 「배터리」시리즈로 1997년 노마 아동 문학상, 1999년에는 일본 아동 문학가 협회상, 2006년에는 소학관 아동 출판 문화상을 수상했다. 1000만 부가 넘게 판매된 이 시리즈는 만화, 드라마와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아사노 아츠코는 일본 문학계에서 ‘아동 문학의 벽을 허물고 어른과 공유할 수 있는 문학의 새 지평을 연 작가’로 평가된다. 잡지에 연재된 두 현재 총 8권으로 출간될 예정인 『NO.6』는 근미래 사회라는 역동적인 배경 설정, 주인공 두 소년의 섬세한 심리 묘사와 감칠맛 나는 대사로 이야기꾼 아사노 아츠코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 준다. 지은 책으로는 『분홍빛 손톱』,『10살 마이의 비밀일기』,『복음의 소년 福音の少年』,『Girl's Blue』등이 있다.

* * * * *

이 작품과 저자에 대해 대해 아는 건 조또 없지만 출판사 책 소개를 읽어보니 꼴릿하다. 책 소개를 거의 오멜라스 레벨로 기똥차게 쓴 것이, 까멜레옹(비룡소의 출판 브랜드, 민음사 자회사인 비룡소에서 또 다시 출판 브랜드를 내다니 요즘은 이렇게 브랜드를 세분화하는 게 트렌드인 듯)이 야심차게 준비해서 소개하는 작품이라는 게 팍팍 느껴진다. 이거 망하면 까멜레옹 편집부 대성통곡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

근데 저자 약력이 꽤나 특이하다. 찾아보니 단순히 아동 소설 작가가 아니라 배우도 하는 모양인데, 참 다재다능한 아줌마인 듯. 얼굴도 참하게 생겨서 마음에 들고.

참고로 역자는 우리나라에 출간된 일본 소설의 팔 할을 번역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양억관.

by 박인로 | 2009/01/18 00:35 | 해외 장르문학 | 트랙백 | 덧글(3)

정상봉의 [메히슈타리카](태훈출판사) 1권, "진정한 권능" 출간

http://www.aladdin.co.kr/shop/wproduct.aspx?ISBN=8987839834

책 소개: 세계의 1/3의 땅을 가지고 있는 신성 사르베니아 제국에 의해 자신의 조국인 그리드랜드의 멸망으로 인해 사랑하는 가족과, 모든 것을 잃어버린 어린 소년이 전쟁 도중 죽을 고비를 넘기고 신의 권능 중 하나라고 칭해지는 '우주의 권능'을 손에 넣고 자신의 모든 것을 잃게 만든 사르베니아제국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힘겹게 성장해 가는 과정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목차: 프롤로그

진정한 우주의 권능

필리어스 아카뎀;

몬스터 토벌시험

종합무투대회

영지

에필로그

설정집

후기

* * * * * * * * * *
(필리어스 아카뎀; 은 필리어스 아카데미겠지?)

이렇게 아무런 정보도 없이 덜렁 SF라고 출간되면 흥미가 동할 수밖에 없잖아. 아무리 검색질을 해봐도 별 다른 정보도 안 나오고 말이지. 네이버 네티즌 리뷰를 보면 "초반엔 판타지로 가다가 가면 갈수록 SF로 가는" 작품이라고 하네. 그리고 좀 더 찾아보니 판타지 월드라는 네이버 카페에 작가 본인이 추천(그러니까 자추)을 하면서 "제가 쓴 소설에는 드래곤이 보통 최상급 몬스터로 통하며(드레이크나 와이번보다 한단계 위.) 오러블레이드 같은 것들은 오러로 통합함과 동시에 다크엘프와 하프엘프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이종족은 인간들과의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게 하였습니다." 라고 써놓았다(지금은 삭제된 상태).

왠지 불안불안하면서도 땡기는 게 불량 식품을 눈 앞에 둔 소년이 된 기분이다. 읽어볼까?

by 박인로 | 2009/01/17 22:07 | 국내 장르문학 | 트랙백 | 덧글(2)

올라프 스태플든의 [스타메이커(Star Maker)](오멜라스) 번역 출간

http://www.aladdin.co.kr/shop/wproduct.aspx?ISBN=8901089580

책 소개: 밤하늘을 오랫동안 바라본 적이 있는가? 그 숱한 별들 하나하나에 담겼을 이야기를,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품고 있는 우주의 광막함을 헤아려본 적이 있는가. 건조한 과학 이론도, 특정 종교의 교리도 모두 접어두고 다만 그 압도적인 스케일 속에서 어떤 창조주의 의지를 느낄 수 있는가.

버지니아 울프와 처칠이 인정한 작가, 도리스 레싱과 보르헤스가 한목소리로 칭송한 작가, C. S. 루이스와 아서 클라크의 세계관을 만든 작가 올라프 스태플든의 대표작 <스타메이커Star Maker>(1937)는 가없는 우주와 뭇 별들, 그리고 인류를 포함한 온갖 우주 문명의 운명을 다스리는 절대자에게 다가가려는 한 탐구의 여정을 기록한 서사시이다. 우리와 하나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지구인이었던 주인공은, 지구를 떠나 우주의 여러 문명 세계들을 돌아보고, 우주의 운명에 대해 같은 의문을 품은 외계 친구들을 만나며, 결국에는 창조와 사멸을 반복하는 ‘스타메이커’의 의지를 하나의 깨달음으로 받아들인다.

주인공이 만나는 여러 외계 문명인들의 모습은 천차만별이다. 미각이 사회와 문화의 핵심적인 원리로 기능하는 ‘또 다른 지구’, 작은 배처럼 생긴 연체동물로서 좌현과 우현이라는 출생 방향에 따라 계급이 정해지는 '노틸로이드', 하나의 공생체를 이룬 거미 인류와 물고기 인류, 제비만 한 비행 생물체들이 모여 복합 정신으로 움직이는 새구름 인류, 식물적 본성과 동물적 본성의 긴장에서 오는 위기를 겪는 식물 인류 등등. 이들의 다양한 사고와 감성, 그리고 영광과 허무로 범벅된 문명의 흥망성쇠들을 접하며 주인공은 점점 더 스타메이커의 진정한 의도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되고 혼란스러워한다.

우주의 여러 문명들은 갈등과 전쟁과 멸망의 거대한 서사를 연출해내고, 까마득한 시간의 흐름과 더불어 별들 스스로가 의식을 지닌 존재로서 은하의 최후와 함께 사멸해간다. 주인공은 스타메이커의 궁극적인 의도가 무엇인지 고민한다. 스타메이커는 스스로 창조해낸 피조물들을 대견하고 뿌듯하게 바라보는 듯하더니 어느 순간 그들의 결함에 눈을 뜨고 다시 소멸시켜버린다. 과연 창조의 부조리함이 스타메이커의 본성인 것인가? 그러나 스타메이커는 또다시 새로운 우주를 만들어내고 주인공의 의식 또한 그와 함께 새로운 우주에 자리 잡는다. 출발점이었던 지구의 작은 언덕으로 돌아온 주인공. 그의 앞에 펼쳐진 작지만 아기자기한 지구라는 행성은 이제부터 그가 다시금 새롭게 추구해야 할 이성과 깨달음의 소우주이다.

문학평론가 로버트 숄즈와 에릭 랩킨은 ‘SF 장르에서 <스타메이커>만큼 진지한 작품은 없다’며 이 작품을 과학소설 사상 10대 걸작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과학소설에는 우주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들이 많이 있지만, 상당수는 <스타트렉 > 류의 ‘스페이스 오페라’, 즉 우주 활극담이거나 과학적 상상력을 발휘한 탐험기 형식의 지적 오락물이다. 한편 우주 만물을 창조한 전지전능의 절대자를 다룬 이야기도 많이 있지만 대부분 종교적 테마와 논리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형편이다. 그러나 <스타메이커>는 이 두 가지 접근법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면서도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독자적인 사색의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 20세기 전반을 살아낸 서구 지성이 펼쳐 보일 수 있는, 우주와 시공간에 대한 가장 심도 깊은 지적 고찰을 소설 형식으로 풀어낸 셈이다.

그러나 이 책이 철학적, 사변적인 서술이라고 해서 결코 과학소설 고유의 상상력이 취약하다는 것은 아니다. 저명한 물리학자 프리먼 다이슨(F. J. Dyson)은 천체를 인공적으로 둘러싸는 거대구조물인 ‘다이슨 구(Dyson Sphere)’의 아이디어를 바로 이 책에서 얻었다. 또한 옮긴이도 후기에서 인상적으로 적었듯이 과학적 설정이 자아내는 휴머니티의 울림도 이 책의 품격을 말해준다.

이 책에는 여러 가지 외계 문명들의 역사가 등장하지만 사실상 그것이 우리 지구 인류의 은유임은 자명하다. 그러나 이는 과학소설의 형식을 빈 인간 사회 비평이라기보다, 우주에서 지적인 존재라면 필연적으로 거치게 될 어떤 통과의례 내지는 진화의 단계이리라고 작가 스태플든이 추론한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이 책을 통해 우주의 물리적 변화 법칙만큼이나 명확한 정신적, 지적 변화의 원리를 규명해보고자 시도했다. 스타메이커라는 전능한 창조자의 존재를 상정한 것도 실은 이러한 정신적, 지적 변화의 원리라는 추상성에 하나의 객관적 실체로서 구체성을 부여한 것이다. 스타메이커가 결국은 종교에서 말하는 조물주나 하나님과 다를 바가 무엇인가 하는 비평이 있을 수 있지만, 스태플든이 이 책에서 추구한 것은 그런 신학적 테마가 아니라 우주에서 (인류를 포함한) 모든 지적 존재의 가능한 사고체계를 헤아려보려는 야심차고 거대한 도전인 것이다. 그리고 이야말로 과학소설적 상상력 중에서도 가장 고차원적인 방법론이라 할 수 있다. 생전에 과학소설 작가들과 교류도 없었고 남긴 작품도 얼마 되지 않는 스태플든이 오늘날 여러 후배 작가들에게 과학소설계의 스승으로 추앙받는 이유도 바로 이런 분야에서 일군 선구적인 업적 때문이다.

<스타메이커>는 인류가 시대와 세대를 초월해서 한결같이 천착해왔고 앞으로도 붙들고 가야 할 궁극의 화두를 담고 있다. 우주에 존재하는 여러 외계 문명들의 모습, 그리고 별들 및 은하의 운명들이 장구한 시공간 속에서 명멸하는 각각의 에피소드들은 지구가 존재하고 인류가 존속하는 한 언젠가는 필연적으로 맞이하게 될 시나리오들의 스펙트럼이다. 바로 그런 근본적 문제 제기의 선구자이자 하나의 훌륭한 교과서이기에 <스타메이커>는 과학소설의 고전으로서 그 생명력을 영원히 잃지 않을 것이다.


저자 소개: 올라프 스태플든 (Olaf Stapledon) - 영국의 작가이자 철학자. 옥스퍼드대학에서 사학으로 학사,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리버풀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차대전 당시엔 민간 구급요원으로 참전했고, 그 뒤 리버풀에서 노동자 및 사회교육 프로그램의 강사로서 오랫동안 인문, 사회과학의 여러 분야를 강의했다. 20대와 30대 시절에 시집과 철학서 등을 출간했으나 큰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1930년에 낸 첫 소설 <최후와 최초의 인간>이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곧장 작가로서 입지를 다졌다. 이 작품은 버지니아 울프나 윈스턴 처칠 등 당대의 지식인층에서 폭넓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 뒤 <이상한 존>, <스타메이커>, <시리우스> 등의 과학소설들을 발표하여 현대 과학소설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가운데 하나로 추앙된다. 그의 작품은 아서 C. 클라크, 브라이언 올디스, 스타니스와프 렘, C. S. 루이스 등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그리고 셀 수 없이 많은 전 세계 과학소설 작가들에게 간접적인 영향을 주었다. 광대한 우주를 배경으로 인간과 지성의 궁극적인 의미를 일관되게 추구했고, 그 과정에서 초인간이나 인류 진화의 테마도 심도 깊게 고찰했다. 한편 다이슨 구(Dyson sphere)나 유전공학, 테라포밍 등 다양한 미래 과학기술 아이디어도 선구적으로 제시한 바 있다.

대표작으로서 <최후와 최초의 인간>은 50억 년에 걸쳐 17번의 변화를 겪는 인류의 장대한 역사를 그리고 있으며, <스타메이커>는 앞 작품에 묘사한 인류의 역사조차도 작은 에피소드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우주와 그 안의 지적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서사를 담고 있다. <이상한 존>과 함께 가장 대중적인 작품으로 꼽히는 <시리우스>는 인간보다 더 뛰어난 지적 능력을 갖게 된 개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렇듯 수위가 다른 지성체 간의 갈등과 소통, 그리고 광대한 우주에서 인간과 지성의 의미를 찾는 철학적 탐구는 그가 일생 동안 천착해온 주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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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처음과 끝,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는 올라프 스태플든의 [스타메이커]가 번역 출간되었다. 작품 뒤에는 옮긴이의 말과 더불어 JOYSF에서 벌거지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김태영의 작품 해설('별의 창조자-꿈을 위한 작살')을 실었고 부록으로 '우주의 크기에 대한 고찰', '시간의 척도', '용어 해설'을 실었다. 마지막으로 작가연보도 있고.

[스타메이커]에 두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먼저 제목. [별의 창조자]라는 제목으로 나왔더라면 더 좋았을 뻔 했지만 [별을 쫓는 자]를 의식해서 일부러 저렇게 낸 것이라고 믿고 아쉬움을 달랜다. 그 다음으로는 판형. 이 작품은 특이하게 초판 한정 양장본 없이 바로 페이퍼백으로 출간되었다. 지금까지 오멜라스가 찍었던 평균 이상의 양장본을 보면 아쉬운 마음이 불끈불끈 치솟지만, 작금의 우리나라에서 SF를 찍어낸다는 것 자체가 모험이고 도전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번역 출간해준 것만으로도 감사해야할 지경. 부디 오멜라스는 망하지 말고 오래오래 갔으면 좋겠다.

출간되기 전부터 이 작품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내 눈길을 갑자기 확 잡아끈 것이 있었으니 바로 스타니스와프 렘의 추천사.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놈이나 작품은 죄다 쓰레기에 삼류라고 까내려서 미국 SF 작가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미국 시장에 제대로 입성을 못 할 정도로 깐깐하고 까칠한 스타니스와프 렘이 "<스타메이커>는 완전히 독창적인 창작품이다. 이 작품은 과학소설의 상상력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스태플든은 이 작품을 최고의 우주 과학소설로 만들려 했고, 실제로 오랫동안 많은 과학소설 작가들이 이 보물과도 같은 작품을 양분으로 커나갈 수 있었다."라고 극찬을 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추천을 하더라도 "적어도 읽을 가치는 있는 작품이다."라고 하는 게 전부일 것 같은 양반이. 스태플든 빠돌이인가?

그나저나 오멜라스는 정말 책 소개를 잘 쓴다니까. 내가 똥줄 빠지게 이리저리 편집해서 올려야 되는 대다수의 출판사 책 소개와는 달리 거의 그대로 긁어서 사용했다. 판매용 설레발 문구도 저 정도로 쓰면 참 보기가 거북하지 않고 되려 땡기는데 말이야. 무조건 설레발에 과장만 하면 셀링 포인트가 높아질 거라고 착각하는 출판사를 보고 있노라면 참 안타까울 때가 많다(하지만 fool의 글을 읽어보면 출판사 책 소개를 읽으면서 천장까지 치솟았던 독서 욕구가 꽤나 차분히 가라앉는 걸 느낄 수 있다. 흠, 그런 소설이라는 건가).

by 박인로 | 2009/01/17 21:47 | 해외 장르문학 | 트랙백 | 덧글(1)

스테프니 메이어의 [호스트(The Host)](랜덤하우스코리아) 번역 출간

http://www.aladdin.co.kr/shop/wproduct.aspx?ISBN=8925531461

책 소개: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작가 스테프니 메이어의 휴먼 SF 로맨스 소설. 이 작품은 뉴욕 타임스,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으며, 출간 당시부터 현재까지 30주가 넘는 주 동안 베스트셀러 10위권 안에 머물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인간의 뇌에 들어가 인간의 정신을 잠식하고 기생하여 사는 외계 생명체 소울(Soul)에 의해 지구의 거의 모든 인간이 정복당한 근미래. 비록 기생생물이긴 하지만 극히 평화롭고 유순한 존재인 덕에 인간사회는 겉으로 볼 땐 아무런 폭력이나 변화없이 유지되고 있는 상태다. 멜라니에게서 인간 저항군 잔당들의 정보를 캐내기 위해 소울들은 그들 중 가장 경험 많고 뛰어난 정신력을 가진 존재인 ‘방랑자’를 멜라니의 뇌 속으로 집어넣는다. 하지만 본인의 자유의지 없이 멜라니 속으로 들어가게 된 방랑자는 그 속에서 놀랍게도 이미 사라졌어야 할 멜라니의 ‘영혼’과 마주한다. 육체 속에 정신을 감금당해 버린 인간 멜라니는 육체를 지배하고 있는 침입자 방랑자를 자신의 의지로 그녀의 가족과 반란군 기지로 이끌고 방랑자는 인간 사회를 처음 맛보면서 가치관의 혼란을 겪지만 멜라니의 연인과 피할 수 없는 사랑에 빠지고 만다.

작품의 축은 크게 두 줄기다. ‘영혼’만 남아버린 인간 멜라니와 현명하고 지적인 존재이면서도 기생생명체라는 한계를 느끼는 ‘소울’ 방랑자의 투쟁, 그리고 멜라니의 연인과 사랑에 빠져버린 방랑자와 방랑자의 참모습을 사랑하는 또 다른 사람 이안의 사각관계 로맨스다. 여덟 개의 다른 존재로 살아온 방랑자가 아홉 번째 인간이라는 존재로 살면서 느끼는 변화무쌍한 감정과 휴머니즘, 또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방랑자가 인간에게 전하는 희생과 사랑은 작가 메이어의 스토리텔링적 역량과 함께 한 차원 높아진 성숙한 주제의식까지 보여준다. <호스트>의 놀라운 반응으로 메이어는 후속작 를 새로이 기획하고 있으며 현재 <호스트>는 영화화 가능성이 타진되고 있는 상태다.


저자 소개: 스테프니 메이어 (stephenie Meyer) - 1973년 미국 코네티컷 주 하트포드에서 태어난 스테프니 메이어는 바로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슈퍼스타 작가다. 애리조나의 다섯 형제 사이에서 평탄한 삶을 보낸 메이어는 25세가 되던 해 브리검 영 대학에서 영문학 학위를 받았고 졸업 1년 전인 24세에 남편 크리스티안과 결혼식을 올리기도 했다.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미국에서만 1천만 부, 전 세계적으로 2천만 부에 가까운 판매고를 올린 메이어는 놀라운 상상력과 감수성으로 현재 조앤 롤링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릴 정도로 슈퍼스타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2008년 5월에 발표한 <호스트>는 메이어가 첫 성인 독자를 대상으로 집필한 소설로 출간 즉시 평단과 독자의 놀라운 호평과 함께 지금 전 세계 베스트셀러 차트를 석권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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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2권. 누가(fool) 그러는데 휴먼 SF 로맨스 소설이 아니라 휴먼 SF 로맨스 소설일 것 같다고 하더이다. 그러고보면 "황혼(Twilight) 시리즈"도 뱀파이어 로맨스 소설이 아니라 뱀파이어 로맨스 소설이었지. 뱀파이어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만큼이나 SF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작품을 싸진 않았을까 걱정스럽긴 하다만, 어차피 말랑말랑 알콩달콩 로맨스 독자가 타겟이니까 상관 없겠지(전작보다 한층 더 성숙했다고 하는데, 출판사의 말이니 도저히 못 믿겠고). 그저 베르베르의 [나무]처럼 "이것이 진정한 SF다!"라고 설레발치면서 소개되는 일이 없기만을 바랄 뿐.

그나저나 우리나라 장르 출판 시장(특히 번역 출판)에서 롤링이라는 이름은 여전히 유효하구나. 롤링의 데뷔작에 비해 메이어의 데뷔작은 어떻게 팔렸는지 승자의 목소리로 소개하는 작태나 "지금 전 세계 소설 독자는 조앤 롤링과 스테프니 메이어의 팬으로 양분되었다" 바보가 아닌 이상 아무도 믿지 않을 구라를 당당하게 치는 꼴을 보면 참 "해리 포터 시리즈"가 대박은 대박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교훈: 아무리 문학수첩처럼 허접하기 짝이 없는 출판사라도 작품 계약 하나 잘 하면 삼대가 먹고 살 수 있음).


덧붙임
얼라리요? 여러분 ㄳㄳ 본문에선 메이어를 듣보잡처럼 까내리긴 했지만 확실히 "황혼 시리즈" 때문인지 이 아줌마도 제법 네임 밸류가 높네요. 이런 듣보잡 블로그도 도서 밸리 메인에 오르고 말입니다(귀여니로 대표되는 "존나 짱 센 남자친구와 평범한 주인공 소녀의 로맨스"는 이제 레드오션이라고 생각 했는데, 그걸 약간 깔끔하게 포장한 뒤에 판타지의 껍데기를 씌워서 전세계적 베스트셀러로 만들어버린 메이어의 재주는 알아줘야 한다고 봄. 이것도 아무나 못 하는 능력이거든). 전체 밸리 메인에도 도전하던데, 이건 뭐 내 블로그니까 지원사격도 못하겠고 그저 이글루스와 블로거 여러분께 굽신거릴 뿐.

by 박인로 | 2009/01/17 21:08 | 해외 장르문학 | 트랙백 | 덧글(2)

[종결자: 구원(Terminator Salvation, 2009)] 관련 정보 모음

(사실 터미네이터(Terminator)가 우리나라에선 마치 [스타워즈]나 [죠스]처럼 대명사화 돼버렸거니와, 여기서 terminate란 종결보단 제거라는 의미가 더 적합하겠지. 하지만 나는 꿋꿋하다. 한 사람의 인생을 작살냄으로서 인류 전체의 운명을 종결시켜버리는 놈! 그게 바로 Terminator다! 고로 터미네이터보단 종결자!)

듣보잡 감독 제임스 카메론은 슬펐다. 어쩌다가 연출을 맡게 된 데뷔작은 스튜디오의 간섭으로 자신이 생각해던 것과는 전혀 다른 개차반 영화가 되어버린데다 (당연히도) 흥행에도 실패를 해서는 그야말로 쫄딱 망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이러다간 얼마 되지도 않는 영화 인생이 짧고 가늘게 끝나버릴 것만 같았다. 아, 나는 좆, 되었구나. 그냥 특수효과나 뽕빨나게 찍을 걸, 이게 무슨 고생이람. 그때 구원과도 같은 계시가 떨어졌다. 문득 로마에서 꾼 악몽이 생각났다. "끔찍한 모습의 기계 인간이 불 속에서 서서히 일어나는" 그 꿈은 짧았지만, 그만큼 대단히 강렬했다. 카메론은 직감했다. 이거 좀 되겠는데? 그리하여 이 아이디어라 할 수도 없는 스냅샷 한 장을 토대로 삼아 있는 능력, 없는 능력 다 짜내서 각본 쓰고, 제작자 찾고, 배우 찾고, 빡빡한 시간과 제작비 안에서 살인적인 속도로 영화 한 편을 찍어냈다. 그리고 개봉했다. 그 다음부턴 다들 아는 그대로다.

듣보잡 감독은 순식간에 헐리우드의 떠오르는 천재 감독이 되었다. 아놀든가왈츠를추던가 아저씨는 일약 스타가 되었다(감정없는 로봇 연기의 달인. 스티븐 시걸이 조금만 더 일찍 태어났더라면!) 속편이 나오고 더 대박을 쳤다. 여기에서 끝났다면 오죽 좋았으랴. 다들 "아, 그래. 종결자 시리즈는 정말 걸작이야. 그런 걸작 SF 영화가 많이 나와야 할 텐데."라며 서서히 종결자 시리즈를 과거형으로 받아들일 때쯤 쌩뚱맞은 소식이 들렸다. 2편이 해피엔딩으로 끝난 게 왠지 마음에 안 들었던 어느 아저씨(라고 하지만 [U-571]이라는, 꽤 멋진 잠수함 영화를 찍으신 분)가 3편이랍시고 만들었는데 이게 팬픽으로도 못 써먹을 물건이더라, 라고 소식은 전했다.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몰라 몰라. 해피엔딩으로 끝난 걸 억지로 잡아 늘렸으니 잘 찍었을 턱이 있겠냐고 생각하며 잊었다(몇 년 뒤 OCN에서 감상했을 땐 단순한 예감이 단단한 현실로 현신했음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아야만 했다. 오오, 미라클).

그러다가 4편이 나온다는 소식을 언젠가 들었다. 게다가 새로운 3부작이란다. 처음엔 미쳤구나, 싶었다. 이전 삼부작이 진정한 의미의 Trilogy인가에 대한 고민은 차치하더라도 이 간지나는 시리즈마저 드디어 속편의 늪 속을 허우적 거리다가 마침내 개차반의 무저갱으로 추락하고야 마는 과정을 차곡차곡 밟고 있다는 생각에 꽤나 암담해졌다. 그리곤, 다시 빠르게 잊었다. 몰라 몰라. 나에게 진정한 종결자 시리즈는 제임스 카메론의 1, 2편 밖에 없어. 나머지는 모조리 팬픽과 팬픽으로도 못 쓸 쓰레기의 집합체에 불과해. 뭐, [사라 코너 연대기] 정도는 훌륭한 팬픽이라고 칭찬해주지.

소식은 계속 들려왔다. 누가 Terminator가 된다는 소문(호감도 +0), 4편의 배경은 기계들이 정복한 미래 세계(호감도 +1), 마커스라는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호감도 +0), 감독은 '찰리의 천사' 시리즈를 찍은 맥지로 확정(호감도 -10). 크리스찬 베일이 존 코너로 출연한다(호감도… 뭐라고?). 깜짝 놀랐다. 크리스찬 베일이 아직까지 작품 고르는 눈이 부족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누가 봐도 망할 것 같은 이 작품에 배트맨께서 어인 일로 출타를? 이때부터 이 작품에 대한 관심도가 급증했다. 물론 호감도까지 급증한 건 아니지만 선입견이 조금 사라진 눈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들려오는 소식들은 대부분 흥미를 끌 만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열광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냥저냥 잘 만든 블록버스터 기대하듯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다 티저 예고편을 보았는데, 말 그대로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짧은데다 의도적인 편집과 노이즈 삽입 때문에 화면은 제대로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흔들리고 번쩍이고 끊어졌지만, 그 안에서 뭔가를 보았다. 생존을 위해 기계와의 기약없는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인류의 모습에서 전율을 느낀 것일 수도 있고(인류와 기계의 미래 전쟁은 배경 설정으로만 남아있어도 충분히 흥미로웠겠지. 하지만 그게 영상으로 현신하고 두 눈으로 직접 볼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은 대단히 구미가 당긴다), 음울하고 지친 존 코너의 독백이 흐르는 가운데 보이는 짧은 화면에서 스펙타클을 느낀 것일 수도 있고, 단순히 적절하게테마 곡과 화면 편집을 보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여튼 그때 직감했다. 이 영화, 기대를 걸만한 가치가 있겠군. 그리고 얼마 뒤, 새로 나온 예고편(이 포스팅을 쓰게 한 직접적 원인)을 봤을 때 그 생각은 한층 굳어졌다. 예고편은 족간지, 존 코너는 반삭간지. 한마디로 간지덩어리.

그놈의 잡설 한 번 미친듯이 길다. 각설하고, 이 포스팅은 [종결자: 구원]에 관한 정보를 긁어모은 글이다. 그렇다고 누가 출연한다, 이야기가 어떻게 된다, 감독이 어떤 언급을 했다, 같은 잡다한 건 안 긁어왔다. 혹시나 그런 쪽이 궁금하다면 찾아봐. 나는 거의 모든 정보를 익스트림무비에서 얻었으니 검색질 몇 번만 하면 내가 접한 것과 동일한 양질의 정보를 손쉽게 구할 수 있다(아, 정보의 양극화를 방지하는 블로그라니. 주인장의 PC함에 눈물이 날 것만 같다). 이 포스팅은 (이전 [감시자들] 관련 정보 모음이 그랬듯) 예고편이나 스틸, 컨셉 아트 등을 가지고 왔다. 잘 보고 감상문 제출하도록.


1. 예고편 세 가지
: 첫 번째 예고편은 티저 예고편이 확실한데, 두 번째 예고편은 극장용 정식 예고편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보통 정식 예고편이라면 끝부분에 크레딧 목록을 좍 적어놓는데 이 예고편은 그런 게 없는 걸 보니 아무래도 아닌 듯. 게다가 기본적인 틀은 두 번째 예고편과 유사하면서도 몇몇 장면에선 다른 세 번째 예고편의 경우는 더 기묘하다. 제작사가 워너브라더스가 아니라 콜럼비아로 되어 있어. 이거 뭔가요?








2. 고화질 스틸 세 장


3. 2008 코믹콘 포스터


4. 모션 포스터
:모션 포스터가 무엇이냐. 말 그대로 움직이는 포스터 되시겠다. 포스터가 어떻게 움직이냐, 라고 물으신다면 요즘은 세상이 참 좋아서 플래쉬라는 것도 나왔다고 말씀 드리겠다. 뭐, 일단 보시라. 자동재생에 음악까지 나오기 때문에 접어놓았다.
눌러 보아요

("훼이크다, 이 병신들아!"라고 덜렁 써놓고 싶었지만 참았다)

몰랐는데, 모션 포스터에도 제작사가 콜럼비아라고 되어 있네. 워너에서 콜럼비아로 넘어간 거야, 아니면 원래부터 콜럼비아였던 거야, 이도저도 아니면 둘이 같이 만들 거나 애초부터_우리는_다른_듯_같은_회사이자_배다른_형제인 거야, 뭐야?



5. 기계 군단 컨셉 아트
T-600

Hunter Killer

Moto-Termiator

Hydrobot

Harvester


6. 미래 세계 컨셉 아트


7. 2008 코믹콘에서 열린 제작진 인터뷰 영상
: 조금 길고, 한글 자막 따위는 없지만 충분히 재미있다. 코믹콘이라서 그런지 다들 복장도 가볍고, 입도 가볍다! 인터뷰 도중에 fuck을 자연스럽게 발음하기에 깜짝 놀랐음. 중간에 T-1000 코스프레하고 온 덕후랑 아놀드 슈워제네거 성대모사 하는 동양계 씹덕에선 아주 배 찢어지는 줄 알았다.




8. 인터뷰 클립, "마틴 레잉의 미술(The Art of Martin Laing)"
: 원래는 Trailer Addict를 비롯한 여러 사이트에 동영상이 올라왔지만 현재는 워너브라더스의 요청으로 모조리 지워지고 암흑요정이 녹화한 이 조야한 영상 하나만 남았다. 녹화해놓은 건 참 감사하다만, 하려면 좀 화질 좋게 하지 저게 뭐냐(이랬는데 원래 화질이 저랬으면 낭패 ^^;;).



9. 영화 잡지, [Total Film] 2009년 1월호
: 이 잡지 사고 싶다. 서점 가면 팔려나.


덧붙임 하나: 미래 세계에 대한 보너스 영상을 하나 찾긴 찾았는데 이게 링크도 안 걸리게 설정해놓은 네이버 비디오인데다가 아무리 검색질을 해봐도 다른 곳에는 없다. 공식적인 보너스 영상인지, 팬이 만든 영상인지도 의심스러운 지경. 근데 팬이 만들었다기엔 너무 잘 만들었고, 영화 영상이 아니라면 게임 영상이 아닐까 생각중이다. 여튼 보고 싶다면 네이버에서 "terminator salvation bonus"으로 검색한 후 제일 위의 카페 글을 누르면 됨.

덧붙임 둘: 종결자 시리즈와 관련해서 관련 소설, 만화, 게임, 피규어를 비롯한 상품은 얼마나 많이 나왔는지 모르겠다.

덧붙임 셋: 제임스 카메론 "나는 4편의 제작을 축복(bless)한 적 없다." 파문! 하지만 "폭삭 망할 것(going to be suck)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훈훈한 감동.

…뭐냐, 츤데레냐.

by 박인로 | 2008/12/13 23:10 | 기타 소식 | 트랙백 | 덧글(7)

넥스비전 에픽북스의 [월야환담 채월야] 2권 12월 24일 발매 예정

넥스비전에서 엄선한 한국 장르 문학의 고전을 소장가치 높은 애장판으로 다시 만나는 에픽북스. 그 첫번째 작품인 월야환담 채월야 1권에 보여주신 독자 여러분의 성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 성원으로부터 벌써 한달이 지났군요. 때가 돌아왔습니다. 에픽북스 월야환담 채월야 제 2권 '피와 탐욕'이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여러분 곁을 찾아갑니다. 뜻이 맞는 친구들에게 혹은 자기자신에게 성탄절 선물로 어떠신지요. 1권처럼 변함없는 독자 여러분의 성원 부탁드립니다.

올 성야(聖夜)는 미친 달의 세계와 함께 하십시오.

앞으로도 에픽북스는 매월 25일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기대해 주세요.

출처: 에픽북스 '월야환담 채월야' 2권 12월 24일 발매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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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렸구나, 콩정훈! 유부남 되더니 이젠 거리낄 것이 없다 이거구나! 덕후들이야 크리스마스 날 방 안에서 질질 짜면서 [월야환담 채월야] 읽든 말든 아무 상관 없다 이거구나!

그나저나 "한국 장르 문학의 고전"이라니, 점입가경이다. 어쩌려고 이러냐.

by 박인로 | 2008/12/08 10:13 | 국내 장르문학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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